Tour/여행 길잡이2017. 4. 24. 21:19

지난해 11월 해외원정투어를 기획하고 실천에 옮기기까지 많은 시간을 준비에 할애했었습니다. .

특히 해외투어에서 제대로 즐기기위해 와이프에게 무언의 압박도 가했었읍니다.  회원분들은 모두 어느정도 게임을 즐길수있는 상태였기에 투어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수있는 반면 와이프는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시간은 흘러갔고 준비를 한다고 연습장을 여러 차례 데리고 가 흥미를 느낄수 있도록 나름 많은 시간을 같이하였습니다. . 

운동이라는 것이 본인이 흥미를 갖고 해야하는것이라 재미를 느낄수있기를 바랐는데 얼마나 흥미를 갖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 후기에 들어가기전에 먼저 이번 투어를 기획한 김유신회원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투어는 인천에서 한시간 거리인 연태고량주로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연태의 봉래군정CC와 남산그룹에서 관리 하고 있는 송도CC의 72홀 투어로서 군정은 인근에 와이너리가 위치해있어 볼거리와 와인 시음도 해볼수 있는 골프와 시음을 동시에 즐길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새벽 4시 기상으로 여행은 시작되었고 아이들을 처갓집에서 봐주기로 해서 귀국시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하기에 현주회원의 픽업을 마다하고 랭글러로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일본 미야자키투어에서 주차한곳을 못찾아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주차위치를 잘 파악하고 출국장으로 카트를 움직였습니다. 

쌍둥이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본인들이 갖고싶은 물건을 요구했고 우리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드디어 동방항공을 통해 연태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중국은 처음 방문하는것이고 동방항공또한 처음이었는데 솔직히 서비스는 국내나 타항공사에 비해서 많이 떨어짐을 느낍니다. 

주지 않는 것보다야 낫지만 샌드위치와 물이라니...나뿐만아니라 다른분들도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기상예보를 미리 보고왔는데 흐린날씨로 예보되었던 날씨는 어느새 라운딩을 할수 없을정도로 비를 뿌리고 있었고 이번 여행이 험난하겠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일정을 변경해 라운딩을 오후에 하기로 하고 먼저 와이너리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와이너리까지 제법 거리가 있었기에 군정CC에서 내어준 카트를 타고 와이너리 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오정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제법 잘 어울립니다.  

엄청나게 많은 와이을 볼수있었고 돈많은 부호들은 개인 와인을 키핑해가며 골프와 와인을 즐긴다고 합니다. 

와이너리투어를 마치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비는 그쳐있었고 우리는 어느때보다도 빨리 라운딩복장으로 변신해 있었습니다. 

와이프의 강력한 요청으로 현주회원과 우리부부는 한조를 이루어 라운딩을 즐겼는데 오후라서 그런지 몸이 충분히 풀린탓인지 모르겠지만 버디도 2개를 잡는등 나름 선방한 스코어를 만들어낼수 있었습니다.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현지식으로 하자하여 골드비치의 제법 이름있는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는데 중간고사와 일정이 겹쳐 식사를 마치자마자 호텔방으로 직행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이미 연태꾼양으로 어느정도 취기가 올라왔고 시험도 보고나니 만사가 귀찮아져 나도 모르게 이미 꿈나라를 헤메고 있었습니다. 


둘째날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결혼식이 있는 모양입니다. 중국 특유의 용과 붉은색의 애드벌룬이 호텔정문에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남산 송도CC에서 라운딩이 예정되어있고 호텔에서 1시간 40분은 이동을 해야 하는데 중국 당국에서 관광버스는 속도제한을 걸어 한국에서 보면 한시간 거리인 것같은데 그 두배의 시간을 버스로 달려야했습니다. 

송도CC는 몽고메리코스와 송도CC로 나뉘는데 미리 후기를 읽어 이코스가 결코 쉽지 않은 코스라고 하여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역시 스코어는 내 맘같지 않았습니다. 

나의 스타일은 휴대폰을 이용한 코스 전경을 미리 파악하고 거리등을 보며 전략을 세워 라운딩을 하는 스타일인데 이코스는 미리 준비해간 코스맵과 일치하지 않아 첫번째 멘탈붕괴를 주어 게임을 어렵게 풀어나갔고,  

새로 개비한 드라이버는 우탄을 연발하여 송림속으로 들어가 공이 떨이진 곳에서 드랍없이 라운딩을 하자는 제안에 두번째 멘붕으로 더욱더 어렵게 게임진행을 하였습니다. 

오후 2라운드는 부부대항으로 이현숙회원부부와 게임을 했고 실력상 이회원과 단둘이 부부대표로 홀당 5천원씩 게임을 진행했고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는지 연속으로 게임을 이겨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토요일은 두과목의 시험이 예정되어있었는데 먼거리에 밀린 라운딩으로 아쉽게도 36홀을 전부 소화하지 못했고  일몰전에 라운딩을 마치고 시험시간에 맞춰보려고 버스에 올랐지만 시간에는 미치지 못하여 한과목은 시험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갖게되었습니다. . 

제 일정때문에 전부는 아니지만 몇홀을 더 돌수도 있었는데 미리 마치게되어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면을 빌어 배려해준 회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오늘이기에 김장군님의 중국 친구분들이 우리를 환대해주었는데 중국접대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저녁자리였습니다. 

시험때문에 한시간정도 늦은시간에 도착한 식당에서 한국의 "후레삼배"로 꾼양을 연거푸 2컵을 마시니 신세계가 펼쳐지더군요. 

중국의 접대문화는 두발로 들어와 네발로 나가야 접대를 했다는 마인드이더군요. 

우리는 누구라고 할것도 없이 제대로 취해 호텔로 향했고 와인으로 시작했던 여성회원분들은 좀더 마시고 그 자리를 마칠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노는 시간은 이리도 빨리 지나는지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날이 밝았습니다. 어제의 숙취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고 봉래군정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숙취때문인지 볼은 좌탄 우탄으로 날아가더군요. 이번라운드는 박준우회원, 임장섭회원과 홀당 5천원씩 게임이 진행되었는데 첫홀을 지나니 컨디션이 정상을 되찾아 제법 스코어가 좋은 결과를 보이더군요. 

봉래군정코스가 제겐 정말 맞는것 같습니다. 너무 편안한 코스인것같고 첫날 제법 만족스런 스코어로 자신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만이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고 그걸 이용하는 지략도 필요했었지만 제게는 그런 경험이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후반 첫홀에서 OB로 시작하여 난항을 겪어 스코어는 개판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몰라도 그늘집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니 다시 컨디션이 돌아왔고 돌아온 컨디션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버디찬스도 몇번 왔었지만 퍼팅은 제게 버디를 선물해주지 않더군요. 

3번째 팀까지 모두 들어오고 우린 기념사진으로 봉래군정라운딩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중국까지 왔는데 마사지는 받고 가야지요. 가이드에게 부탁해 전신 마사지를 할수있는곳을 요청했는데 가보니 발마사지에 특화된 곳이더군요. 대략 한시간의 마사지를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해 귀국수속을 하였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사람 사는것이 그런것같습니다. 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하며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곳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그런 삶이 힐링인것같습니다. 

다음 이벤트를 기대하며 이번 여행을 마감합니다.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3. 8. 5. 22:07


하계휴가를 이용하여 여수미항으로 가는중 순천에 잠시 들러 정원박람회를 관람하였습니다. 

뜨거운 햇빛과 시간적 압박만 아니였다면 찬찬히 동문, 서문 모두를 둘러보았을텐데 동문만 관람하고 온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Rendering : Video for Windows(*.avi)

HD 1080-60i YUV x264vfw -H.264/MPEG-4 AVC codec

field order : none(progressive scan)

BGM : I love you_악동뮤지션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3. 6. 18. 15:57
6/6일 샌드위치 휴일을 맞아 가족여행으로 잡은곳.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사비성. 부여의 롯데리조트에서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 왔습니다. 
수영장이래봐야 1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해서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H.264라는 코덱으로 Rendering을 했는데 1080/60 촬영분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나오는것 같습니다. 
지난목요일 촬영은 720/60으로 촬영했던것이라 비교대상이 되질 않지만 앞으로 요렇게 Rendering하면 
보기에 나쁘진 않을것 같습니다. 

Rendering : Video for Windows(*.avi) HD 1080-60i YUV x264vfw -H.264/MPEG-4 AVC 
codec field order : none(progressive scan)

BGM : Macklemore & Ryan Lewis - Can't Hold Us (ft Ray Dalton)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12. 5. 17:20

- 라이딩맵(여기를 클릭시 고해상도 이미지 볼 수 있음. 감청색 라인이 싱글코스. 주황색라인이 로드입니다. 출발을 기점SF-W1-B1-317M-N3-N2-N5-K1-K2-H3-H4-N1-H0-H1-G1-H2-M1-M2-W2-W1-SF순으로 진행함)

- 위성사진맵(여기를 클릭시 고해상도 이미지 볼 수 있음.)

- 고도분석

토요일은 알샵 스쿨에다.. 일요일은 싱글라이딩이다.

오월말에 있을 오디랠리 대비반 되겠다. 언제부터인지 너나 할 것없이(사실 가장 많이 심취된 사람은 나와 이박사님일 것이다..^^)싱글에 심취되어 대부도 이후 시흥싱글을 거쳐 남한산성까지 왔다. 오늘 돌아볼 코스는 작년 나의 사고와 함께 쫑을 친 남한산성코스 되겠다.

이번 출발도 작년처럼 둔촌동 김소장님댁에서 하기로 한다. 소장님집은 둔촌아파트다.. 437동 앞에 각자 차를 가지고 와서 출발한다. 7시에 모여서 잔차 준비하고 바로 10명의 라이더가 우르르 아파트촌을 벋어나 서하남IC방향으로 진행한다.

인근에서 출발하는 아주머니 잔차 부대가 둔촌아파트 도로를 건너서 일제히 우르르 오신다. 아침부터 로드길을 나서는 모양이다. 우리 일행과 섞여서 누가 누군지 갑자기 분간이 안된다..ㅋㅋ

오늘의 1차 싱글구간은 빅맥코스다.빅맥도 식후경인지라.. 일단 아침을 가는길에 있는 설렁탕집에서 해결한다. 설렁탕집에서 해장국을 시켜서 든든하게 한후.. 모닝커피 한잔씩 한다.

든든한 식사가 알찬 라이딩을 보장해 준다(?)는 나만의 진리를 맘속에 새기며 얼마전 준비한 보호대를 차고 로드길을 나선다. 서하남IC구간을 지날때는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차량과의 교행에 유념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로드 사고의 치명적인 상황은 앞서가는 라이더를 뒷쪽에서 차량이 고속으로 추돌하는 경우 발생한다. 이런경우 거의 중상또는 사망이라고 하니.. 앞에서 진행하는 라이더는 뒷쪽의 교통상황을 잘 파악하여 로드를 횡단하여야 한다.

서하남IC진입로를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서 계속 직진한다.

하면 곧 우측으로 갈라지는 길(W1)이 나온다. 이길은 외곽순환도로를 통과하는 굴다리로 이어진다. 6기 모범생 송상준님이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동서울가든이라는 표지판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도로를 계속 거슬러 오르다 한우리라고 하는 식당 간판을 우측에 끼고 좌회전하여 다시 오른다.

멀리 빅맥코스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고.. 작은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면.. 거침없이 오르는 길로 진행해야 한다. 김소장님이 여기서 아니 진행하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기왕이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가는 것이 어떨까 해서 물어 볼려고 기다렸다고 한다. 안된다.. 왼쪽길로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고 강력히 말씀드렸다.. 업힐에 굶주린 짐승처럼..ㅎㅎ

다소 긴가민가 하는 길이 나타나고.. 우측일까 좌측일까 고민하던차에 이것도 볼것없이 올라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멀리 보이는 송전탑 능선까지 올라가야 한다. 자갈이 많은 가파른 길을 결국 끌어야 올라갈 수 있다. 송전탑 능선까지 끌어야 한다...휴

빅맥코스 능선에 오르기 위해 이런길은 무진장 많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끌바에 익숙지 않은 알샵분들 오늘 무진장 고생한다.

송전탑이 있는 능선에 도착해도 사정은 별로 나아질게 없다. 하지만 앞서가는 송상준님은 척후조를 자청하여 앞서서 휘리릭 사라졌다.. 다시 뿅하고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 하는말.. "계속 끌어야 합니다.".. ㅋㅋ 능선에서 우회전하시라.

다른각도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조금 타고 오르다 보면 다시 끌어야 한다. 첨부터 끌고 오르나 타고 오르나 힘들긴 매한가지.. 성취감 느끼려고 타고 오르다 결국 끌게 되는데.. 그럼 힘이 몇배나 더 든다.. 첨부터 얌전하게 끌고 오르자..^^

상황이 별로 낳아지는 것 없이 콘크리트 빨래판 업힐도 아닌 길이 왜이리도 가파른지.. 차라리 콘크리트 업힐이면 그립이라도 나와서 타고라도 오른다고 하지만.. 이건 타이어 슬립으로 타고 오를 수도 없는 비포장이다.. 물론 내기준으로 하는 얘기니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려고 하는 고수분들은 이해 하시라..

거의다 올라왔나 싶으면.. 싱글길도 타고 오르기에 만만치 않다. 결국 다시 끌게 되고..

몇번 쉬었다 올랐다.. 끌었다를 반복하면 다시 정상같은 곳을 몇번 지나게 된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남한산성 서문이다. 이곳 이정표에는 "연주봉 옹성"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이 옹성길을 따라가면 서문을 만나게 된다. 옹성쪽으로 계속 진행한다. 이즈음이면 거의 빅맥능선정상부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빅맥능선의 이름 유래는 아마 느끼한 빅맥햄버거 먹고 오르면 먹은 내용물 확인이 가능한 코스라는 것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지 모두들 상상해 본다.. 왝..

강철낭자가 겨울잠을 자고 두번째 라이딩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끌바에는 쥐약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잔차 근육과 등산근육이 틀림을 몸으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김소장님왈 강철이 고철됐시유..라고..^^

빅맥능선 정상부위에 올라 온 것 같은데.. 여기서 부터라고 만만해 지진 않는다.. 서문까지 진행할 동안 빅맥코스는 충분히 일행의 진을 뽑아 놓는다.. 오늘 팀원들의 후반부 체력저하는 이곳 때문이라는게 나만의 분석이다.. 찬성하시죠?

그래도 끌바업힐에도 웃음의 여유를 날리는 분들도 있다. 어제는 학생.. 오늘은 프로 라이더의 심정으로 남한산성에 도전하고 있는 정운양님과 정이석님이다.. 그러고 보니 두분이 같은 정씨였다.. 정이석님은 오늘이 싱글 첫나들이라고 하신다.. 진작에 싱글코스 입문을 시켜 드렸어야 하는데..ㅋㅋ

드디어 성벽이 나타나고.. 성벽길로 접어들기 위한 길도 이런식이다.. 어디하나 만만하게 탈 곳이 없다..잔차를 들었다.. 끌었다.. 메었다가 별짓을 다해 사투를 벌인다.. 그래도 난 몇주간 싱글에 적응되었는지 끌바가 할만하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다른분들에게 미안하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인지..ㅋㅋ

성벽길은 좁아서 잔차타고 지나가려면 등산객들에게 최대한 양해를 구하면서 가야한다.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며 조금 진행하면.. 왼쪽으로 서문쪽으로 들어서는 곳으로 올라야 한다.

서문치고는 작아보이는데.. 일단 나는 서문으로 알고 적어 보았다. 왠지 다른 곳에 서문이 따로 있을 것 같다. 구멍으로 들어가면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서문을 나오면 서문 팻말이 따로 보인다. 그렇다 서문은 좀더 진행해야 나온다. 하지만 내게는 이 개구멍이 더 서문같다. 그래서 서문이라고 지도에는 표시해 놓았다. 알아서 참조하시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개구멍을 나오자 마자 우회전하여 여전히 성벽을 따라 남문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성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것이 서문이다.. 수풀에 가려서 잘 안보이는데.. 지붕이 언뜻 보일 것이다. 성벽을 따라가다 서문 망루를 통과하여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서울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장소도 있다. 잠시 멈춰서 눈을 들어 속세를 돌아보고 가는 여유를 가져도 좋다. 앞에는 두분의 짐승라이더 송상준님, 이박사님이다.

남문에 도착하면 일단 밖으로 나가 다시 좌회전하여 성벽싱글길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물론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포장로를 따라 검단산 정상쪽으로 진행해도 길은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 일행은 그래도 포장로보다 등산로를 택해서 진행하기로 한다.

성벽을 나가서 좌회전하고..

성벽옆의 계단 등산로길로 올라가야 한다. 물론 계단을 오를때는 우리는 끌바를 해야 한다..ㅎㅎ

쉬라고 만들어 놓은 정자에서 쉬지 않으면 왠지 손해같아 모두 쉬었다 간다. 우리는 지금 검단산 정상을 향해 진행하고 있다. 일요일이라 등산객의 왕래가 잦으므로 항상 다닐때 양해의 말씀을 전하고 양보하면서 가야 한다. 잔차가 등산객과 조화롭게 오래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싱글길이 끝나고 콘크리트 포장로와 만나게 되는 곳에 있는 등산 안내도이다. 성남시계라는 표현으로 검단산-맹산-불곡산-광교산-백운산-청계산을 있는 원형 등산로를 안내하고 있다. 보기만해도 피가 부글 거린다.. 이곳 남한산성을 빼면 거의 대부분 잔차로 돌아본 곳이기 때문이다..

검단산 오르는 콘크리트 빨래판 업힐은 땅만보고 가야 올라갈 수 있다. 그만큼 재미없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업힐이다. 그렇다고 아주 죽을 지경은 아니고.. 느긋하게 오르면 언제 올랐는지 모르게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초전에 많이 시달린 일행은 오르면서 지친기색이 뚜렸하다.. 이배재고개라고 써진 갈림길에 상관하지 말고 콘크리트 포장로를 계속오라 헬기장까지 진행하라.

드디어 헬기장(검단산 정상)에 도달했다. 왕기봉쪽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화살표가 가르키고 있는 곳이 내려가는 길 되겠다. 입구선택을 잘해야 한다.

검단산 정상에서 오늘 맴버분들의 사진을 담아본다. 이번에 나도 있다.. 지나가는 어르신께서 친절하게 찍어 주셨는데 구도가 죽인다.. 멀리 검단산정상 레이다 기지가 보인다. 사실은 저기가 정상되겠다. 뒷줄 왼쪽부터 나, 조기원님, 이종화박사님, 김영무소장님, 김재명님, 정이석님, 앞줄 우측부터 송상준님, 정운양님, 강명성님, 유진복님이다.

정상부에서 내려가다 왼쪽으로 길을 잘못선택해서 다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약수터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내려서고 나서 왼쪽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약수터를 만나야 함에 유의해야 한다. 왼쪽으로 진행해 버리면 불당리로 그냥 내려가고 만다. 주의 할 것. 약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약수터 앞에 보이는 싱글길로 내려가야 한다.

왕기봉 정상이 멀리 보인다. 그런데.. 왕기봉 정상으로 올라가면 안된다. 정상에는 갈림길이 없어 진행해 버리면 이배제 고개로 내려가는 무지막지한 딴힐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난 그런줄도 모르고 송상준님에게 정상에서 좌회전해서 우리와 다시 합류하자고 하면서 왕기봉으로 올려보낸다.. 나의 실수와 송상준님의 생고생은 시작된다. 그렇게 짐승척후조를 보내놓고 정작에 나머지 9명은 좌회전하여 우회로로 진행한다..크흑..

중간에 갈림길이 여기저기 많다. 능선을 따라 진행해야 하므로 지도나 나침반을 잘 살펴 두로봉쪽을 방향을 잘 잡고 진행해야 한다. 다른길로 들어서면 불당리로 바로 떨어지거나.. 이배재 방향으로 내려가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잠시 쉬고 있자니.. 한분이 안보인다.. 송상준님이다.. 아까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마지막장면이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무진장 빠르신 분이 늦을때는 이유가 있을 것인데.. 동료이신 정운양님이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결국 내 전화를 동원하니 통화가 되었다. 이배재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럴 것 같았다..에구..

일단 정상까지 다시 올라와 아까 우리가 갔던길로 오라고 말씀드리고.. 기다리기를 몇번 결국 정운양님과 극적으로 만나 두로봉 초입에서 일행과 다시 합류 할 수 있었다. 이배재근처에서 왕기봉까지 죽어라 끌바에 멜바에 사투를 벌이셨다고 한다. 아까까지 쌩쌩하시던 분이 기운이 통 없어 보인다. 나폴레옹을 한탓에 너무 체력을 뽑았다.. 에쿠.. 미안해라.. 두로봉으로 진행하는 길은 갈림길만 주의하면 라이딩하기에 좋은 싱글길이다. 허니비수준의 굴곡있는 길이다. 사진은 두로봉으로 올라가는 초입길이다.

두로봉정상은 작년 280전에 두번 올라왔던 곳이다. 그러고 사고이후 이번이 처음다시 오게 되었다. 남한산성 동영상에서 성주현이 "힘들어요"라는 멘트를 날렸던 그곳이다.. 동영상을 요즘도 보면 왜그리 재미 있는지.. 여기를 클릭하면 그때 그모습을 볼 수 있다..

하프써킷 딴힐은 언제나 재미있다.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속 낙엽들 사이로 미끄러지며 내려가는 길은 다른 길에 비할바가 아니다. 구불구불.. 사람의 발자욱이 많지 않은 하프써킷을 통과하고 있자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출구로 나오면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로드길과 만난다. 진짜 비명은 송상준님이 질렀다.. 아까 힘이 없던 사람이 하프써킷을 통과하고서 새롭게 태어나 있었다..ㅋㅋ

단월님은 신나다 못해 머리묶은 버프가 떨어져 나간 것도 잊고.. 결국 뒤따라 오던 다른 동호회 분이 줏어서 가져다 주는 사연도 만드셨다..

이제 점심먹으로 남한산성으로 로드 업힐을 해야 한다. 정운양님이 아시는 선배분 집에서 하는 식당이라 하는데.. 집이 이근처이신 정운양님이 라이딩후 항상 거기서 점심을 드셨다는데.. 강추하는 곳이란다. 벌써 한시가 넘어 모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연발한다. 몸도 지치고 배도 고프고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로드길은 길디 길다.. 한참을 올라 겨우 동문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조금더 올라야 한다.에혀..

푸짐한 점심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닭도리탕에 백숙에 동동주까지.. 오가피 순.. 뭐 맛없는게 있었나 싶다.. 잘먹고 나니 잔차 타고 싶은 맘이 싹 가시는 모양이다. 잠시 평상에 누워 평화로운 한때를 즐긴다. 그것도 잠시..

다시 출발하려는데.. 내 잔차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일행에게 더 쉬라는 신의 계시인 듯 싶어 천천히 펑크를 때우고 다시 출발한다. 타이어에 가시가 박혀 있었다. 오늘도 빵꾸대장의 오명을 벗지 못한다.. 정운양님 선배분들 두분의 안내를 받고 식당에서 나와 남한산성도로를 횡단하여 건너편으로 진행한다.

사찰인지 사당인지 모르겠으나 대문앞에서 건물을 오른쪽에 끼고 왼쪽 샛길로 진행한다.

조금 타고 진행할 수 있을 뿐 그다음은 모두 끌바다.. 점심먹은거 하나둘씩 목젖까지 올라오고서야 정상부에 도달한다. 오늘 오래탔는지 GPS 배터리 교체가지 해야 했다.

허니비로 나가는 출구에 도착한다. 출구 삼거리는 작년에 반대쪽에서 끌바하여 올라온 적도 있어서 낮설지가 않다.

오른쪽에 성벽을 끼고 진행하다 다시 성벽을 통과하게 되고.. 조금 싱글길을 진행하다보면 다시 성벽을 통과해야 하는 이런 구멍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금일 라이딩시 성벽과는 완전히 안녕을 고하게 된다.

허니비길은 언제나 와도 좋다. 속도를 내고 싶으면 적당한 속도로 싱글길의 굴곡을 맘껏 핥으며 갈 수 있는 곳이다. 적절히 뱅킹과 오른쪽 작은 절벽과 어우러져 스릴과 그립감도 좋다. 신나게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고골갈림길까지는 순식간에 도달한다. 고골 갈림길에서 내려와 좌회전하지 말고 오늘은 마방코스쪽으로 진행하기 위해 직진하여 객산으로 간다.

객산까지는 왠만한 곳은 타고 오를 수 있다. 쉬엄쉬엄 천천히 체력만 안배하면 객산을 오르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처음 올라본 객산에서 바라본 조망은 인근에서 가장 시원하고 인상적인 풍광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일행은 객산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돌아간다. 결국 우리 네사람만 객산에서 추억만들기에 여념없다. 제일 왼쪽에서 계신분이 식당을 하시는 정운양님의 선배분인데 잔차도 고수이시다.

객산에서 내려가 보니 이미 다른 분들이 우회해서 도착해 계셨다. 이때 단월님은 거의 초토화상태이고 유선생님도 몸이 썩 좋지 못하였다. 유선생님은 이미 고골갈림길에서 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셨다. 김소장님의 만류로 여기까지 오긴하셨는데 몸컨디션이 좋지 못하시다..

송상준님이 고맙게도 쑥떡을 나한테 하나 주는데.. 이게 한입물고 나니 목에 턱 걸린다. 게다가 가져온 물까지 떨어져 입에 물은 반토막을 삼키는데 아주 죽을 지경이다. 몸이 가니 떡도 안넘어 가는 모양이다..

단월님에게도 파워젤을 권해보지만 입도 못대고 있다. 점심먹은게 소화도 안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유선생님께 하나 드리고 왼쪽으로 다시 딴힐을 시작한다. 초입이 만만치 않다. 바위지역이라 몇번 내리고 다시 타고 거의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곳이 마방코스의 시작이라 한다.

먼저 내려온 일행이 삼거리 직전에서 기다리고 있다. 마방코스를 내려가 얼마 안되는 곳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야 한다. 사진은 못찍어 놨다. 이곳 등산로는 갈림길이 많아 단순히 지도만으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고 지도와 GPS를 가지고 길을 찾아야 한다.

드디어 산불감시탑이 보이면 오늘의 업힐은 마무리 되었다고 봐도 된다. 이곳부터는 완전히 내리막인 것이다.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딴힐 준비를 하는데 단월님과 정이석님이 안보인다. 정운양님과 함께 지원차 내려가 나는 단월님 잔차를 끌고 정운양님은 정이석님 잔차를 끌고 올라온다. 기운을 차려야 딴힐도 되는법.. 쉬었다 다시 출발한다.

능선길에서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왼쪽으로 난 길로 낙엽사이를 미끄러지면 내려간다. 내리막 끝에는 묘지도 있는데 우회해서 민가쪽으로 잘 내려가야 한다.

다 내려오면 이렇다.. 나머지 일행과 합류하여 도로로 나간다.

고마우신 정운양님 선배 두분은 하남시쪽으로 향하신다. 엄청나게 겪었을 코스에 대한 시행착오를 두분이 모두 해결해 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우리는 둔촌동으로 출발한다. 로드에 나와서는 천천히 진행하다 보이는 하나로마트에서 이온음료와 물보충을 한다. 쭈쭈바와 설레임도 하나씩 먹어본다. 이박사님이 사셨다..^^ 감사합니다. 체력이 뚝 떨어지신 분들도 이곳을 전환점으로 다시 진행할 기운이 쑥쑥 돋아난다.

오늘의 마지막 업힐이라 할 수 있는 향교고개를 오른다. 원래는 이성산성을 넘어 가기로 했는데.. 이박사님외에 아무도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날도 어둑해지고 도로로 넘어간다. 시간을 보면 6시가 다되어 간다..

도로로 잘 진행하다 유진복님께서 보도턱을 넘다 자빠링도 하시고.. 마지막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 다왔다고 방심하다 예전의 나처럼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시길.. 드디어 둔촌주공앞 사거리까지 도착했다. 역광을 받으며 신호를 기다리는 알샵분들 보무도 당당..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둔촌아파트.. 11시간여에 걸친 라이딩을 이렇게 끝이 났다. 싱글길이 변수가 많을 수 있음을 새삼 몸으로 체득한 날이었다.

싱글길이 재미있어 집니다. 오늘 보호대를 하고 다녀서 마음이 뿌듯했고.. 끌바, 멜바에 친숙해져서 부담이 없었고.. 하루종일 그늘속을 누빈탓인지 더위도 심하지 않고.. 기나긴 시간을 잔차와 함께 있어.. 그리고 맛난 점심과 든든한 알샵분들과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다음에 다시한번 가고픈 코스 명단에 올려 놓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도에 다녀온 궤적을 계속 업데이트 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시흥싱글코스도 1,2편으로 나눠서 올려 드리겠습니다.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6. 28. 08:41
장거리 비행기 좀 타줘야 휴가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 가까이에 이런 멋진 여행지들이 가득하다는 것이야말로 전라남도 영광. 멋진 거라면 어지간히 겪어본 18명의 친구들이 이토록 근사한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방식에 대해 더블유에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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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달빛 길어올리기
뜨 거운 여름날의 태양을 피해 바람이 솔솔 부는 곳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그리고 해가 질 즈음에야 튼튼한 신발 하나 챙겨 신고는 경주 거리로 나서본다. 오래된 도시 경주는 수많은 청춘들의 기억을 나눠 가진 정다운 곳이다. 희게 떨어지는 벚꽃잎 어깨 위에 맞으며 그이와 함께 두 바퀴에 실어 봄을 달렸고,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추억을 만들던 그 도시 아닌가.

사실 경주는 낮보다는 밤이 훨씬 재미나다. 그리고 아름답다. 경주의 진짜 모습은 휘영청 둥근 달이 떠오르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해질 무렵이면 시내로 간다(사실, 시내라고 해봐야 거의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크기다). 이곳에 첨성대와 계림, 안압지, 대릉원 등의 고분들과 박물관이 모여 있다.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던, 낡은 집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정겨운 황오동 뒷골목이 사라져버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신비한 분위기 자아내는 밤의 사적지들만으로도 충분히 위안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유적지들은 늦은 밤까지 문을 여니 바쁘게 움직일 필요 또한 없다. 첨성대 앞은 달 구경하기에 좋다. 우거진 숲 위로 굉장히 빠르게 치솟는 달을 볼 수 있다. 그때가 만일 달이 찰 즈음이라면, 어쩌면 보문단지 위에서 쏘아올린 열기구와 헷갈릴지도 모른다.

나 지막한 돌담이 인상적인 대릉원은 유명한 천마총을 비롯해 21기의 고분을 품었다. 둥글고 보드라운 고분의 곡선은 밤이 되면 더 아름답다. 오렌지빛 가로등 아래의 고분은 아직 푸른 기운을 잃지 않은 저녁 하늘에 맞닿아 있다. 분명 누군가의 무덤이지만 두렵지 않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고분 사이를 걷는다. 낭만과 팔짱을 낀다. 달이 머리 위로 떠오르면 대릉원 건너편 계림으로 가야 한다. 지난봄 또다시 새 잎을 틔우고 여름을 맞은 늙은 고목들이 비틀리고 똬리를 틀며 하늘을 향해 섰다. 푸른빛 조명을 받아 신비롭다. 시간의 미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계림 넘어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2천 년 전 냉동 창고 석빙고가 나온다. 한밤의 조명 쇼는 첨성대 큰 길 건너편 안압지에서 절정을 이룬다. 안압지는 나라의 경사를 맞아 축하연을 열었던 동궁(東宮)으로 문무왕 때 지었다. ‘궁 안에 못을 파고 가산을 만들고 화초를 심고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안압지는 동서남북 190m 규모의 인공 연못을 중심으로 큰 규모의 정자들과 잘 가꾼 정원으로 꾸며졌다. 사람들은 이곳에 소원을 담은 꽃등을 띄워 보낸다. 매월 둘째 토요일에는 경주 신라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달빛기행에 참여할 수 있다. 낮에는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경주 문화재 기행을 떠나고, 달이 뜨면 소원을 적은 백등에 불을 밝히고 분황사에서 탑돌이를 한다. 안압지의 야경을 거닐고 국악공연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신라의 달밤 정취에 흠뻑 빠질 수도 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된 경주 탐닉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황오동 해장국 거리에서 쉼표를 찍는다. 말캉말캉한 묵과 아삭한 콩나물 가득 넣어 한소끔 끓여낸 소박한 해장국 한 그릇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코에 땀이 나도록 훌훌 들이켜고는 다시 경주의 밤 속으로 길을 나선다. -고선영(여행 작가)


전주
느리게 먹기
고 향인 전주의 진가를 발견한 건 서울에서 살다 다시 내려갔을 때였다. 국제 영화제를 비롯해 소리 축제가 있고 영화관이 발달하는 등 전주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가 벌어지는 곳이다. 한편 인구밀도는 무척 낮아서 서울의 한 구 정도 될까 말까. 도시의 문화 혜택과 시골의 한적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계 지역의 매력이 있다. 영화 촬영지로도 알려진 전동성당은 전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안내하면 늘 좋은 반응을 얻는 장소. 7월이면 연못 가득 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루는 덕진공원도 소박하지만 여름 전주를 여행한다면 빠뜨려선 안 될 곳이다. 전주의 상징이기도 한 한옥마을은 들어서는 순간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옥이 그대로 보존되어 전통 찻집이나 식당, 한지 같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운영되며, 무엇보다 숙박이 가능하다. 전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 안내도 잘되어 있으니 조금 불편할지라도 호텔이나 모텔보다는 학인당이나 일락당 같은 전통 한옥 체험관에서 하루 묵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베테랑칼국수, 콩나물국밥이나 남부시장의 순댓국 같은 음식은 이미 너무 유명해졌으니 하루에 다섯 끼 정도는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섭렵해야 전주 맛집을 놓치지 않고 둘러볼 수 있을 거다. 저녁에는 반드시 삼천동의 전주 막걸리 골목에 가야 한다. 막걸리를 주문하면 한 주전자씩 추가할 때마다 번듯한 안주가 코스로 따라 나온다. 생선구이, 모둠전, 대하찜, 동태찌개 심지어 백숙 같은 음식까지. 한 주전자에 1만2천원쯤 되는 술값만 내면 이 모든 음식이 다 포함된다. 전주 막걸리와 쌍벽을 이룰 만한 것은 슈퍼에서 먹는 가맥(가게 맥주). 전일슈퍼의 황태구이나 갑오징어구이는 어디나 있는 흔한 음식 같지만 함께 찍어먹는 소스가 청양고추의 칼칼하고 독특한 맛을 낸다. 전주 교외로 조금 나가면 화심순두부라는 곳이 있는데, 현지 사람들이 특히 많이 가는 곳이다. 커다란 두부 공장을 끼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커다란 몇백 석 규모의 식당이 늘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 있다. 본점은 특히 물이 좋다고 해서 멀리서들 찾아가 두부를 먹는 곳인데 무척 고소하고 담백하다. 자연이 부드럽고 온화해서인지 사람들이 여유롭다는 점 또한 여행지로서 전주가 갖는 매력이다. - 김나나(스티키몬스터랩 프로듀서)


전남 화순
그 계곡, 가장 조용한 원두막
전 남 화순군 이서면에 우리나라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으면 아무 길도 없는 한가운데 점 하나가 보이고, 그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이 길인지 저 길인지 헷갈리는 야산의 좁은 길들이 나온다. 외딴 마을을 지나 더 이상 표지판도 없는 지점에 이르면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논가의 샛길을 지나 무등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 집주인이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손수 지은 황토집 앞마당에는 역시 몇 년에 걸쳐 손수 조성한 연못이 있고, 그 옆에는 원두막이 있다. 그 원두막 아래에서 <일곱날들> 앨범에 실린 ‘물고기종’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마당에서 내려다보면 모후산을 비롯해, 만년산, 안양산 등 화순군에 있는 산들이 보인다. 그곳에서 보는 일출은 감히 절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멋지다. 천연 땔감만을 쓰는 절절 끓는 황토방까지 갖춘 이 집의 주인은 내 작은 이모 내외이시고, 그래서 지인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다.

그 집에서 1시간 정도 계곡을 따라 무등산으로 들어가면, 비가 많이 온 다음에야 하루 이틀 정도 볼 수 있는 시무지기 폭포가 나온다. 아담한 용추폭포와 함께 무등산 유일의 폭포다. 평소에는 폭포의 모양대로 물줄기만 흐르다가 강수량이 많으면 세 개의 폭포가 생겨 그 위용을 드러내고, 세 개의 무지개가 생긴다 해서 시무지기란다. 화순군 이서면 용강마을을 통해 갈 수도 있고, 무등산장에서 꼬막재를 지나 광일목장 삼거리에서 30분 정도 걸려 갈 수도 있다.

가까이 화순군 남면 모후산 입구에 위치한 유마사도 들러볼 만하다. 아무 치장도 없이, 일주문부터 건물마다 그 흔한 현판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소박한 외양의 산사이지만 백제시대에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어서 조용하기 그지없고 해우소에 신발을 벗고 들어갈 정도로 깔끔한 절 안에 머물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의 안양산 자연휴양림도 좋다. 울창하게 우거진 편백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숲이 머리를 식혀준다. 특히 밤 시간의 휴양림 드라이브는 강추. 날씨가 좋으면 숲 위로 별들이 가까이 보인다.
근 처 지날 때 식사를 하시려거든 오케이 사슴목장가든에서 닭 사시미를 드셔보시길. 닭을 잡자마자 바로 살코기를 포 떠서 회로 먹는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그 집에서 잡아온 닭으로 이모댁 원두막에서 닭숯불구이만 해먹곤 했는데, 닭을 구워 먹은 후에 근처에서 딴 방앗잎을 넣어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 양꿍 부럽지 않은 향면이 된다.

휴양림을 지나서 큰재꽃길을 지나 화순읍 동구리로 가면 만년사가 있다. 만년사 계곡은 5•18 민주항쟁 당시에 시민군들이 화순 경찰서 무기고를 탈취해 총기 300여 정을 숨겼다가 반납했던 곳이라고. 만년사에서 15분 정도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 선정암(와선정암이라고도 불린다)이 나온다. 구한말에 명창들이 소리를 배운 곳으로 유명했던 암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 <쌍화점>의 촬영지였던 화순적벽, 물염정에서 보이는 물염적벽 등 절경이 모두 근처 30분 안팎 거리다. 차로는 이 모든 곳을 하루 안에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아마 특별히 기억에 남을 드라이브 코스가 될 거다. - 송은지(뮤지션,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전북 고창
안부가 궁금한 길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이 두 줄의 노랫말로 선운사를 알게 되었다. 몇 해 전 친구들과 국도 여행을 계획하고 서로가 가고 싶은 장소를 얘기했는데 선운사는 지인이 가보고 싶어 한 장소였다. 그날 그랬는지 그 이전에 그랬는지는 이제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선운사’라는 노래 역시 같은 사람이 불러주어 처음 알게 되었다. 오월의 평일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 궁금한 곳이 보이면 내려서 둘러보거나 촌스럽지만 발음하기는 좋은 동네 이름을 얘기하며 깔깔거렸다. 바쁘게 보내는 서울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끼리만 섬이 되어 지방국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선 운사는 선운산 도립공원에 있는데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굳이 내비게이션을 통해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일단 고창군에 들어서 선운사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금세 나온다. 주차를 하고 일주문까지만 해도 흔한 관광지 같았다. 길가에 자리 잡은 기념품 가게와 노점상들. 일주문을 지나자 초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녹색부터 그렇지 않은 녹색까지. 첩첩산중이 아닌데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어 놀랍고 좋았다. 선운사는 큰 터에 자리하고 있지만 높지 않은 담, 세월을 지닌 색색, 웅장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요사채들이 선운산에 안겨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었다. 만세루에서는 절에서 제공하는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차 생각이 없더라도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아보길 권하고 싶다. 시원한 그늘 속에서 긴 세월 위에 앉아 있는 듯한 생각이 들 것이다.

매표소에서 선운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각이 난다. 길 위를 촘촘히 덮은 작은 이파리를 통해 떨어지는 빛이 물방울처럼 번지는 모습과 길 옆으로 흐르는 약간은 탁한 물빛(주변 나무에서 나오는 특정 성분 탓에 물빛이 흐리다)이 계절마다 어떤 옷으로 또 갈아입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노래를 통해 선운사를 알았지만 가사에 나오는 동백꽃은 보질 못했다. 시기가 안 맞아서였지만 다시 갈 핑계가 되는 것 같아서 아쉽지 않다. 올 여름 자전거 여행에는 서해안도로를 달려볼 생각이다. 군산을 지나 목포로 향하기 전에 꼭 들를 예정이다. 한여름의 선운사 가는 길을 담고 와야겠다. 고창을 돌아 나오는 길에는 보리밭에도 들를 것이다. 또 하나의 비밀스런 나만의 길이 생길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 안부가 궁금한 길이. - 표기식(그래픽 디자이너/사진가)


제주 보목리
없는 게 메리트
9 월의 제주. 피서객들은 다시 일터로 향했고 연인들의 해변은 다시 바다의 것이 되었다. 말소된 운전 면허로는 어떤 차도 빌릴 수 없었고 혼자 떠난 그곳에서 믿을 건 귀동냥과 쓸데없이 날씬한 로퍼뿐. 차라리 시내버스를 타자, 하고 무작정 정류장에 서 있다 근거리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곤 했다.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속정이 차 안의 온도를 25도에 맞춰놓고 있었다. 할머니의 보따리와 중학교 여학생의 두툼한 가방, ‘라이방’ 선글라스를 턱하니 콧잔등에 얹어놓은 기사 아저씨의 명쾌한 행선지 안내가 달뜬 나를 그들의 마을 언저리에 내려주곤 했다. 보목리는 제주의 마을이었다. 낮은 담장만큼이나 침착한 바다, 너무 느려 털의 고운 빛깔까지 훑어 내릴 수 있었던 마을 고양이, 툭 하늘에서 내려오는 크고 하얀 새. 작은 구릉들로 이어진 마을의 길들을 조심스레 걸었다. 빨간 지붕과 하얀 지붕을 지나면 그저 동네 아이들이 내달리는 그 여름의 끝, 가장 조용한 바다와 만나곤 했다. 그리고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었다. 아무도 없는 게 메리트였던 조용한 바다 마을의 추억. - 진명현 (상상마당 프로그래머)


거문도
멀리 왔다는 마음
‘멀 리 왔다’는 기분을 느끼기에 섬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배멀미에 대한 가벼운 불안. 부두를 떠나는 여객선의 출렁임, 바다에서 바라보는 해안선, 섬 여행의 의례를 거치는 동안 마음은 묘하게 아득해진다. 이건 출국 수속이나 면세점 쇼핑으로 느끼는 여정과는 또 다른, 투박하지만 낭만적인 일탈감이다.

거문도는 여수 남쪽 114km 해상에 위치한 꽤 외로운 섬이다. 남해안과 제주도, 대마도의 중간에 자리한 미묘한 위치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대가 세워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이 등대는 섬 사람들의 자랑거리지만, 낯선 방문객으로서는 그 등대의 규모보다 등대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절벽 위의 산책로는 동백나무가 울창한 남해의 원시림을 헤치며 굽이굽이 나아간다. 시선 저편으로 하얀 등대가 숨었다 드러났다 점점 다가오는 동안, 건너편 섬의 암벽들은 산책로의 각도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절경을 선사한다. 밤이 되면 캄캄한 하늘 위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이 나타나는데, 섬의 산마루에서 내려다보는 먼 바다 위의 별은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다.

거문도는 세 개의 섬이 군도를 이루며 가운데 잔잔한 만을 형성한다. 드물게 천연 항을 끼고 있기 때문에 19세기 말에는 영국군이 점령해 군항으로 사용했다. 섬에는 이곳에 주둔했던 영국군의 묘지가 남아 있다. 영국군이 물러간 뒤에는 일본인이 몰려들었는데, 당시 문을 연 일본식 여관은 내부를 거의 고치지 않은 채로 아직 영업 중이다. 객실은 좌식 다다미 방이지만 현재 주인은 한국사람이다.

먼 바다에 위치한 섬치고는 면적이 넓어서 도심의 웬만한 산보다 더 긴 트레킹 코스, 두 개의 해수욕장, 억새 군락지 등이 섬 전역에 흩어져 있다. 바다가 맑은 것은 - 모든 섬의 바다가 그렇듯- 기본이다. 여러 개의 여관, 횟집 등 여행객을 위한 시설도 나름대로 갖춰져 있는데 기묘하게도 이 섬에서는 회 맛도 회 맛이지만 자장면과 돈가스가 맛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딱히 자장면에 해물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거문도의 생선회는 맛이 뛰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놀랄 정도로 싸거나 그렇진 않다. 물론 육지에서 그 가격에 그런 ‘퀄리티’의 회를 맛볼 수는 없겠지만.

가 거도나 어청도 같은 섬을 제외한다면 비교적 먼 뱃길을 가야 하는 섬에 속한다. 녹동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시시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딱 적당한 항해를 경험할 수 있다. 여객선에서 내려 배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면 목덜미에 부는 바람이 낯설다는 느낌이 든다. 다음 배가 오기 전까지 이 조그마한 섬 외에 아무 데도 갈 수 없다는 달콤한 고립감은 고속도로로 이어진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이한 감각이다. - 유호진(KBS <승승장구> PD)


제주 올레길
걸어서 저 바다까지
마 이클은 땀내를 풍기며 들어왔다. 반갑게 웃었고 우리는 악수를 했다. 마이클은 자신이 스위스의 코를 가졌고 한국의 눈을 가졌다 했다. 어릴 적 돌아가신 엄마의 고향이 궁금해 한국을 찾은 모양이었다. 네 칸짜리 침대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이클은 한국인의 눈과 코를 가진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무언가 속 깊은 말들이 공유되었다 생각했겠지만 사실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30을 들으며 80을 알아듣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그래도 내가 가진 그에 대한 인상, 긍정의 강인함과 연약한 슬픔이 함께 읽히던 표정은 우리가 공유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나 또한 그 친구에게 나를 털어놓고 싶었지만 그는 단 5초 만에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다음 날 늦잠을 잔 우리는 부산스럽게 일어났다. 외국인을 위한 투어버스에 오르기로 한 마이클은 세수도 못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서로의 행운을 빌어줄 시간도 없었다. 나는 다시 지도를 폈고 오늘 산책할 올레길과 버스 노선을 알아보았다.

1시간 후 나는 어느 작은 숲길에 있었고 깊은 그림자의 숲 안에서 잘게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들을 보고 있었다. 새들이 초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도 이상하게 알아듣는 표정을 한다. 올레길를 걸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눈뿐만 아니라 귀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와 작은 벌레와 저 멀리 바다에서부터 시작한 바람과 바람에 부딪히는 돌과 바람이 스치는 나무와 숲, 그리고 나의 숨소리. 누군가의 산책로였을지 모를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얕은 언덕을, 작은 비밀의 숲을, 작은 마을을 지난다. 오름을 오르고 땀이 차면 풍경이 보이고 잠시 나를 멈춘다. 언덕에 앉아 아침에 슈퍼에서 산 단팥크림빵을 하나 꺼내어 먹는다. 바람에 식은 땀 때문에 잠시 소름이 돋고 다시 일어나 엉덩이를 턴다.

제주도는 사실 올레길 외에도 수많은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난 사람들만큼 서로 다른 추억과 사연이 있다. 파란 리본과 파란색 화살표로 만들어진 올레길은 제주의 해안을 따라 20개 정도가 현재 만들어져 있다. 관광지처럼 만들어진 대단히 유명한 길도 있지만(7번이나 10번) 아직은 사연을 기다리는 조용한 길도 남아 있다(내가 사랑했던 3번길이나 2번길). 계절마다 날씨마다 다른 옷을 입고 기다리는 그 길들은 닳았지만 닳지 않은 길이다. 그 길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지만 그 길의 목적은 도달할 끝에 있지 않다. 빨리 걸어도 좋고 천천히 걸어도 좋고 쉬어도 뒤를 돌아봐도 좋다. 그 길의 끝은 마을의 느티나무거나 작은 포구이거나 해질녘의 텅 빈 해수욕장이었다. 끝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그 끝에 선 기분은 밀레니엄을 기다리다가 보신각의 종이 치고 새해가 되면 잠시 시간이 멈출 줄 알았는데 초침이 하나의 멈칫함도 없이 지나가버리는 것과 같다. 하나의 길을 끝내고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 짓기로 하고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서귀포에 들러 맛있는 일본식 우동집을 찾아내 카레우동을 먹고 아직 해가 저물고 있을 때 새로 예약한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에 올랐다. 택시 아저씨는 보목동이 제주도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라고 했다. 의자에 기대어 어제의 도시를 잠시 잊고 마이클과 카레와 숲길과 바다를 잠시 생각했다. 차 안에서 기묘하게도 암브로시아의 ‘hold’in on to yesterday’가 흘러나왔고 택시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보목동에 어둠이 있었다. - 김종관 (영화감독)


제주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여 행지 추천이라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한려해상에 흩뿌려진 깨알 같은 섬 하나라던가, 전라도 너른 평야 가운데 점 같은 마을 한 군데를 콕 집어야 그게 추천 아닐까? 제주도가 암만 좋다고 말해봤자 그건 김태희 예쁘다 타령만큼이나 식상하니까. 하지만 가도 가도 도무지 질리지 않는 여행지고, 봐도 봐도 아쉬움을 남겨놓고 돌아온다는 점에서 제주는 언제나 새롭고 아련하다.

유행 이 빠르고 센 나라답게, 제주에 가면 무조건 올레를 걸어야 한다는 강박이 나는 무섭다. 사실 서울에서도 좀처럼 걷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2박 3일 걷기 위주로 짜여진 여행이라는 건 고등학교 때 수련회 이후론 자의로 선택해본 일이 없다. 5코스가 좋다 7코스가 진짜다 하는 말들은 귓등으로 흘리고, 숙제를 포기한 초등학생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니는데, 어떤 사람들에겐 한심해 보이겠지만 뭐 어떤가. 여행이란 게 자기 돈 쓰면서 자기 좋자는 시간인데. 차를 주로 타고, 맛있는 곳들을 찾아 다니고, 먹으면 배가 부르니까(그리고 곧 또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지니까) 배를 꺼뜨리기 위해 그 근처를 걷는 식으로 여행하는 게 나는 좋다. 이름을 새로 붙였을 뿐, 길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으니까.

매번 빠뜨리지 않고 먹으러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우선 산방식당. 부산 밀면 비슷하게 차가운 고기국수인데, 면발이 쫄깃하면서 탱탱하고 국물은 구수하게 새콤한 감칠맛이 돈다. 여기서 먹고 산방산 아래에다 차를 세우고, 중국이나 홍콩 돌산처럼 생긴 산 언저리를 쉬엄쉬엄 구경하거나 조금 내려가서 용머리 해안을 걷다 오거나 한다.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 해안의 좁은 통로에 의지해, 파도를 바로 곁에 두고 좀 걷다 보면 든든하게 먹었던 국수가 금세 쑥 내려간다. 조천읍 교래리 인근에는 토종닭 하는 곳들이 모여 있는데, 이 중에 아름가든이 제일 맛있다. 닭고기를 샤브샤브로 먹다가 백숙을 끓여 내오고, 마지막엔 녹두죽까지 끓여주는데 서울에서 먹던 치킨 닭이 김병만이라면 여기 닭은 최홍만의 육질을 가졌다. 여기서 밥 먹고 아저씨랑 얘기 나누다가 추천받아서 인근 다랑쉬오름에 처음으로 가봤다. 야트막하지만 동네 뒷산과는 사뭇 다르게 다이내믹한 생김새를 가진 오름은 등산에 선천적 공포를 가진 나같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규모라서 한라산이나 바다에 익숙하다면 가볼만 하다. 게다가 30분 남짓을 오르면 내려다보이는 것이 우리 동네 풍광이 아니라 성산 앞바다와 우도라면? 등산 공포증 쯤이야 극복, 회복, 행복. 오름이 싫다면 조천에서는 비자림이 가깝다. 수백 년 된 비자나무 숲은 눅눅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횟집 청해일은 제주 현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데 저렴한 가격에 코스로 회와 해물이 줄줄이 푸짐하게 나와서 좋아한다. 오조나 성산일출봉 해녀의 집에 전복죽이랑 문어숙회, 성게미역국 같은 걸 먹으러 가서는 늘 위장이 소처럼 네 개가 아닌 걸 탓하고 온다. 제주 돼지고기집 돈사돈은 최근 서울 합정에도 분점이 생겨, 가서 먹으며 제주도 생각을 한다.

숙소는 아무리 다녀봐도 제주 신라가 최고다. 호텔 앞 뜰에서 중문해수욕장으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투숙객들만 쉴 수 있는 비치 하우스가 있다. 지난봄 거기서 몸을 녹이며 먹었던 군고구마는 제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였다. 제주엔 보러 가는지, 먹으러 가는지. - 황선우( 피처 디렉터)


군산
역사의 풍경
군 산의 동네 이름에는 ‘쌀 미(米)’자가 들어간 곳이 많다. 호남 곡창지대의 쌀을 가져가기 위해 일제가 만든 도시였다는 역사적 흔적이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공존하여 한국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풍경, 다른 건축물을 지닌 군산으로의 여행은 특별한 도시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근대문화유산이라 불리는 일제강점기의 건물들, 그리고 이런 특별한 집들이 몰려 있는 거리가 내뿜는 묘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느껴보면서 도시란 무엇인지, 도시에 역사는 어떻게 담기게 되는지, 다른 문화와 고유 문화는 어떻게 뒤섞이는지 체험하는 것. 그게 군산 여행의 매력이다.

군산에서 우선 가볼 만한 곳은 ‘군산에만 있는 절’ 동국사다. 동국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절인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만든 이 절은 해방 이후 한국의 절로 내용물이 바뀌었다. 바로 옆 나라인데도 두 나라의 전통 건축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할 수 있다.

군산에 있는 일본 집의 대표격인 ‘히로쓰 가옥’도 꼭 가볼 코스다. 일제시대 군산에서 떵떵거렸던 일본 부자의 저택으로,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크고 웅장한 규모라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밝고 개방적인 한옥과 달리 어둡고 복잡하며 마루보다 복도가 발달한 일본식 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이영춘 가옥은 일본인 지주 구마모토가 지은 별장이다. 일본식도 한국식도 서양식도 아닌 이 모두가 섞인 건물 외관도 독특하지만, 한 의사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더욱 특별해진다. 구마모토가 농장 의사로 초빙한 의사 이영춘은 일제시대 이후 군산에서 불우한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등 인술을 펼치던 이로, 지금 이 집은 그를 기리는 기념관으로도 쓰이고 있다. 한옥 창호와는 다른 일본식 창호의 아름다운 모습이 볼거리다.

군산 기행의 하이라이트는 운행이 끝난 폐철도가 거리 한복판을 지나는 ‘폐선거리 기행’이다. 군산에 하나뿐인 이마트 맞은편, 큰 길가 바로 뒤 이면도로 전체가 철길 골목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이 길은 집과 철길이 불과 몇십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는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쉬엄쉬엄 걸으면 10분 만에도 다 돌아볼 수 있지만 분위기를 최대한 즐기며 천천히 거니는 것이 좋다.

군 산의 명물 음식은 짬뽕이다. 인터넷에서 ‘군산 10대 짬뽕’을 검색해 입맛대로 골라 먹은 뒤, 후식은 이성당 빵으로 해보자. 달콤한 빵을 우물거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자 서양식 빵집이라는 이성당 건물을 한 번 더 올려다봐도 좋다. 이토록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풍경들로 가득한 군산, 하지만 그 역사를 둘러보는 데는 1박 2일이면 적당하다. -구본준 (<한겨레> 책지성팀장, <별난 기자 본본 우리 건축에 푹 빠지다> 저자)


통영
섬 따라 맛 따라
통 영 참 좋더라는 여행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릴수록, 그 곳에서 자란 나 같은 사람은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개 발 때문에 자꾸만 변하는 고향의 모습이 영 익숙지 않아서 다. 그래서 통영 토박이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섬으로 간 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물의 도시, 그 통영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소매물도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한산도와 욕지도, 그리고 사량도 또한 시간 내 가볼 만한 곳이다. 먼저 한산도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전승지로 유명한 곳인데, 그런 유적지보다 재미있는 건 마을버스 여행이다. 섬 전체를 거의 돌아볼 수 있 는 마을버스를 선착장 근처에서 타고, 진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섬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사랑방에 앉아 있는 양 나누는 이야기를 배경 음악 삼아 바깥 풍경 을 바라보면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1박 2일>이란 예능 프로 그램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욕지도에선 2인승 카트를 타고 마을을 돌다가 에덴 동산이 보 이면 들어가보길 권한다. 위암 선고를 받은 딸을 위해 엄마가 직접 흙집을 짓고 작품들을 만들어 생겨난 곳인데, 지금은 그 딸이 암을 이겨냈다 니 애틋한 모녀간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량도 에선 등산이 제격이다.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한려 수도가 한눈에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높이로만 봐서는 오르기에 적당해도 의외로 난코스가 많아, 초 보자라면 우회 산행을 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섬 여행만으로도 충분한데도 굳이 시내로 들어 오는 건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들 때문이다. 서호시장 근처엔 영화 <하하하>에도 나오는 호동식당 이 있다. 큰 복어를 잘라 끓이지 않고 작은 복을 넣어 만드는 통영식 복국을 기막히게 하는 곳이다. 근처 원 조 시락국에 가면 장어를 갈아 배추 시래기와 함께 끓 이는 시락국을 맛볼 수 있는데, 큰 멸치 젓갈을 올려 먹 어야 제맛이다. 이쯤이면 배가 터질 지경이겠지만 서 호동의 할매우짜 집에서 우짜 또한 먹지 않으면 서운 하다. 서호시장 상인들에게 우동과 짜장을 섞어 팔았 다는 우짜의 원조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팔팔한 해산물을 싸게 먹고 싶다면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으 로 가야겠지만, 만약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고 싶다 면 해원횟집이나 궁전횟집을 추천한다. 해원횟집의 경 우 모서리의 바다 보이는 방으로 예약하면 통영 운하 와 항구를 볼 수 있는데 야경이 그야말로 장관. 궁전횟 집에서 바다를 보려면 7층의 바다 보이는 홀 쪽 자리를 예약하는 게 좋다. 간식으로는 역시 충무김밥과 꿀빵. 충무김밥이야 이제 서울에서도 흔한 음식이지만 그 수 많은 원조 가운데 진짜 원조인 중앙동의 뚱보 할매김 밥을 먹어보면, 서울에서 먹던 것과 정말 같은 음식 맞나 싶을 거다. 꿀빵 하면 원래 오미 사 꿀빵이었다. 서호동 충렬사 가는 길에 오미사라는 맞춤 양복점이 있었는데 그 건너편 에 팥을 넣고 설탕을 바른 조그마한 빵가게가 있었다. 양복점이 없어지자 그 '오미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왔는데, 지금은 이렇게 커진 것이다. 정해진 개수만 팔기 때문에 늦을라치 면 맛볼 수도 없다. 얼마 전에 내려가 먹어보니, 요즈음은 꿀단지라는 집이 제일 맛있다. 원래 통영에선 고구마를 많이 먹는다. 그래서 가을에 추수한 고구마를 썰어서 딱딱해질 때까지 말려 모아두었다가, 먹을 것 없는 겨울에 강낭콩, 팥, 좁쌀, 수수, 찹쌀 등을 넣어 서 끓인 빼때기죽을 많이 먹었다. 바로 그 빼때기죽을 팔던 부부가 꿀빵 안에 팥뿐만 아 니라 고구마를 넣어 팔기 시작한 곳이 꿀딴지다. 문화 마당에 있는 매장이 아니라 미수동 통영 운하 옆 공장에 가면 제작 과정을 보면서 10% 싼 가격에 먹을 수도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더 많은 여행객들이 통영을 찾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내 고향 통영 이 옛 모습을 점점 더 잃지 않을까 불쑥 걱정이 든다. 그래도 일, 집, 도시 등 나를 둘러싼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여행을 떠올려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통영의 바다와 먹을거리 만한 것이 없지 싶다. -백승우(MBC 카메라 감독)


夏, 夏, 夏
유 치하지만 영화 <하하하> 때문이 아니라고 말 못하겠다. 영화 속 통 영의 여름이 너무 좋아서, 2010년의 여름 끝자락을 붙잡고 시외버스를 탔다. 다행히 통영은 아직 뜨거웠다. 지도를 얻을 겸 관광안내소에 들 렀는데, 부산이나 제주도의 크고 세련된 안내소를 떠올렸다가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일 만큼 비좁고 허름하다. 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춰 가 면 내 뒤에 뒤에 서 있던 여행자처럼 이런 질문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질문이 많아요? 나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 통영에 대한 객들의 관 심은 자꾸 높아지지만, 통영은 여전히 작고 소박한 마을이다. 지도 한 장이면 충분히 찾아 다닐 수 있다. 그러니 아주머니가 끼니를 챙길 수 있게, 섬에 들어가는 배편이나 전화번호, 미륵산 케이블카 운영 시간 정도만 체크해도 충분하다.

일단 시내의 문화 마당으로 갔다. 워낙 물을 좋아해 여행지에 가면 바 다나 강, 호수만 찾아 다녔지만, 그렇게 파랗고 예쁜 바다는 처음이었 다. 그렇다고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게 만드는 숭고하고 장엄한 모습은 아니었다. 근처 남망 산 조각공원이나 동피랑 마을로 조금만 오르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늑 한 풍경에 가까웠다. 그런데 어째 어엿한 처녀의 눈에 바다보다 나폴리 모텔이 자꾸 들어온다. 영화 속 문소리가 길에서 뽑아온 풀을 김상경을 향해 내던지던 로비를 힐끔거리다가, 이번엔 용감하게 모텔 뒤편 공터로 까지 침입한다. “내가 업어주고 싶어서 그래요” 바람피운 남자친구와 헤 어지며 굳이 한 번 업어주겠다고 생떼를 쓰던 그 장면이 생각나 괜히 킥 킥댔다. 나폴리 모텔 뒤쪽 언덕배기로 올라가면 동피랑 마을이 나온다. 작은 마을의 벽이 온통 그림 천지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영화 속 문소 리의 집이 나온다. 김강우나 김상경처럼 찌질하게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다가 그 담을 넘어 들어가고 싶겠지만, 참아야 한 다. 누군가에겐 여행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일상의 터전이니까.

내려올 때쯤 되니 출출하기에, 그 유명한 가을 전어를 먹어야겠다고 의 지를 불태웠다. 늦여름이니까 가을 맛이 나겠지 우기면서. 펜션 아저씨 가 외지 사람들이야 중앙시장에 가지 진짜 통영 사람들은 서호시장에 간 다고 했지만. 그 아저씨의 장모님이 서호시장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미 늦은 저녁이라 딱 한 집에만 남은 전어를 회 쳐 가려고 줄을 서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와 손님이 앙칼진 사투리로 싸우기 시작한다. 싸움 구경이야 원래 재미있는 거라지만, 빨간 대야 안에서 팔 딱거리는 생선들보다 그 싸움이 훨씬 펄떡거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어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손님에게 팔기 전에 이미 대가리를 쳐 냈다는, 방금 그 싸움의 원인이 된 바로 그 전어였다.

둘째 날은 소매물도에 갔다. 하지만 매표소가 닫혀 있었다. 아침 일찍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랐을 때 지금쯤은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 면서도 자꾸 조금만 더 올라가보자 더 올라가보자 그러다가 그렇게 됐 다. 선장 아저씨 앞에서 평생 없던 애교를 쥐어짜낸 덕분에 다행히 배 에 올랐다. 소매물도엔 자연이 허락해야만 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날 씨가 좋지 않거나 파도가 치면 배가 뜨지 않는다. 첫 통영 여행, 게다가 늦기까지 했는데 한 번에 소매물도에 입성했을 때 그래 거기까지는 하 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소매물도를 그저 ‘섬’이라고 생각한 서울 촌놈에게 있었다. 소매물도는 섬이라기보다는 산에 가까웠으니 까. 가벼운 컨버스를 신고 산을 오르고 내려 다시 배를 타고 뭍으로 나 가기 위해 선착장에 당도했을 때, 이미 다리는 너덜거렸다. 그때 지친 표정으로 바위에 걸터앉은 여자 두 명이 다녀오는 데 오래 걸리느냐고 물었다. 컨버스도 아니고 하이힐을 신고 있던 그녀들에게 “아마, 못 가 실걸요”라고 대답했다.

마지막 날 터미널로 가기 전에 다시 문화 마당으로 가서 꿀빵을 샀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서는 그 달고 목매는 꿀빵을 먹을 때마다 통영의 새파랗던 여름을 되새김질했다. 영화 속에서 김상경의 꿈에 나타난 이 순신 장군이 그랬었지. “난 좋은 것만 본다. 항상 좋은 것만 보고, 아름 다운 것만 보지. 어둡고 슬픈 것을 조심해라. 그 속에 제일 나쁜 것이 있단다”라고. 아마 이순신 장군도 통영에서 여름을 지내셨을 게 분명 하다. -김슬기( 피처 에디터)


원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여유
원 주에는 지난 5월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거나, 뭐 그런 식의 여행은 아니었다. 꼭 치러야 할 용무가 있던 동행의 뒤를 바람이나 쐴 겸 따랐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조용한 도시는 여기가 아니면 안 될 이유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곳이다. 부산처럼 나름의 볼거리가 다양하지도 않고, 전주처럼 길가의 돌멩이까지 먹음직스러워 보일 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강원도로 향한 건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겠구나 생각해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하지만 감탄사나 느낌표를 난사하며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다. 이번 나들이의 ‘좋음’은 훨씬 담담한 종류였다.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사람이 의외로 예쁘게 웃는 순간을 발견했을 때 정도의 즐거움.

그날의 원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푸르게 이어지는 능선이다. 강원도의 산과 나무는 은근한 박력이 있다. 시내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달리는 동안 치솟은 가지들과 그 위의 불 같은 초록을 구경했다. 나무라고 다 같은 생김은 아니고, 녹색이라고 모두 한 종류의 푸르름은 아니어서 줄곧 산만 이어지는 데도 그다지 지루하진 않다. 문득 5월의 진짜 색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섬안교에 닿았을 때는 잠시 차에서 내려 몇 미터 아래의 얕은 물을 내려다봤다. 날이 좀 더 뜨거워지면 외지에서 꽤 찾아와 발을 담그고들 놀다 가는 모양이었다. 배불뚝이 아저씨들의 스피도와 마주칠까 두려워하지 않고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호젓한 대안이다.

원주 맛기행은 어쩐지 런던 미식 여행 정도의 뉘앙스로 들린다. 그러니까 확실히, 최선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의 추수감사절 파티에 초대받은 게 아니라면, 혹은 피시앤칩스 중독자가 아니라면 영국에서 입이 즐거울 일은 많지 않다. 강원도에 가면 뭘 먹어야 할까? 감자전과 감자전, 그리고 감자전? 감자가 별로인 사람은 황둔에 가볼 만하다. 여기서 찐빵마을이라는 귀여운 이정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연 찻길 양쪽으로 찐빵집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정작 내가 들른 곳은 마을 입구에 자리한 ‘내 고향 베트남 쌀국수’였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젊은 사장이 한국인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다. 시골 점방에서 정통 쌀국수를 먹는 경험이 어리둥절하면서도 재미있다. 한쪽에서는 통조림, 육포 같은 베트남 식료품도 판매한다. 식사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반조리 쌀국수를 몇 개 사 들고 나왔다. 찐빵을 맛본 건 안흥에서였다. ‘심순녀 안흥찐빵’은 무려 4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지역의 명소다. 박스째로 사가는 사람들 뒤에 줄을 섰다가 서너 개만 값을 치르고 나왔다. 야외 탁자에서 자판기 커피와 함께 먹고 있자니 사는 게 아주 약간은 더 즐거워졌다.

꼭 가봐야 할 곳이라면 차라리 인근 치악산의 법흥사나 구룡사일 거다. 특히 구룡사는 길이 잘 닦여 있어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오기 좋다(고 한다). 거기까지 욕심을 내지 않은 건 찐빵을 먹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려보내서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그러려고 떠나온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원주는 부지런하게 굴지 못해도 별로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곳 같았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더 여유로울 수 있는 풍경이랄까. 계획도 없이 움직이며 닥치는 것들에만 솔직하게 기뻐하는 여행도 가끔은 괜찮다. 게으른 여정에 대한 변명처럼 들린다면, 띵똥. 그런데 정말로 흡족한 시간이었느냐고 재차 묻는다면 그것도 띵똥. - 정준화( 피처 에디터)


안동, 예천
안 동 시내에서 병산서원으로 향하는 길은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다. 산 속을 수고스럽게 파고들다 보면 이내 대단히 아름다운 풍광과 맞닥뜨리게 된다. 길 너머에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감탄부터 하게 만드는 장관이다. 서원은 산 아래의, 백사장이 펼쳐진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산과 강에 조심스레 안겨 있는 듯한 모습이랄까? 그 풍경 안에 하나의 점으로 서면, 나 역시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는 기분이 된다. 반가운 인사처럼 평온하고 편안하며 따뜻한 기운이 막 도착한 이방인에게 먼저 건네지는 것이다.

빼 어난 자연 가운데 조화롭게 섞여 있는 병산서원의 보존 상태는 무척 훌륭하다. 정면에서 방문객을 맞는 건 복례문인데, ‘자기를 낮추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곧 인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작명이다. 복례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서원 건축의 백미인 만대루에 닿는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휴식과 강학의 복합공간이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나무 계단에는 소박한 멋이 있다. 매끈하게 닳아 있는 표면이 그간 거쳐간 발길과 비바람, 세월을 짐작하게 한다. 풍수지리에 입각해 세워진 건물은 사람과 자연 사이를 고맙게 이어주는 다리다. 만대루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들보들이, 그리고 그 너머의 나무들이 물결처럼 아득하게 이어진다. 여행자의 설레는 마음도 그 위에서 함께 출렁인다. 만대루를 거쳐 좀 더 위쪽으로 오르면 ‘가르침을 바로 세우는’ 곳이라는 입교당으로 향하게 된다. 그 아래로 펼쳐지는 서원과 낙동강의 풍경은 병풍에서 바로 떼어온 것만 같다. 여기서 특히 재미있는 장소는 달팽이 뒷간이다. 진흙 돌담으로 주위를 돌돌 말아놓은 구조라 출입문 없이도 내부가 효과적으로 은폐된다. 넉넉한 해학과 지혜다.

이 왕 안동까지 간 참이면 예천의 선몽대도 들러볼 만하다. 병산서원으로부터 채 30분 거리가 못 된다. 정자와 비각 등이 산과 강으로 이루어진 풍경 안에 조화롭게 자리를 잡았다. 퇴계 선생의 친필이 담긴 현판이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 경승지를 지키고 있다.

여행에 먹는 즐거움이 빠질 수 없다. 안동에는 찜닭, 간고등어, 헛제삿밥, 한우, 안동소주 등등 은근히 챙길 먹거리가 많다. 지난 여정에는 간고등어와 헛제삿밥을 택했다. 예전에는 큰일이라도 치러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까닭에 괜한 제사를 올리고 포식을 했다 한다. 거기서 유래한, 나물과 간장을 넣어 만드는 비빔밥이다. 45도가 넘는 안동소주를 곁들이면 향긋함에 기분이 얼큰해진다. 새로운 곳에서 입에 선 음식을 맛보는 건 큰 즐거움이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그 한 그릇에 정성스레 담겨 있다.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정리하기에 병산서원과 선몽대는 썩 적절한 장소다. 바쁜 일상의 독소는 빠져나가고 대신 좋은 기운과 여유가 몸 안에 채워진다. 치열한 관계들로부터 멀어져 새삼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는 경험. 처음 만나본 장소가, 그리고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 윤명섭(사진가)


부산
고기, 어디까지 먹어봤니?
KTX 에서 내려 택시를 타야 비로소 부산에 온 것을 실감한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지면에서 붕 뜬 것 같은 속도감에 나도 모르게 옆 문 손잡이를 꼭 잡는다. ”아저씨 전 직 카레이서신가요?” 몸은 긴장했지만 짧은 여행도 여행이라 부산 카레이서, 아니 택 시 기사님의 가벼운 농담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답하게 된다. 서울서 온 롯데 팬이라니까 아저씨는 반색하며 사직야구장의 풍류를 말한다. “우리는 사직에 갈 때면 회를 사요. 저기 큰 다라이에 회랑 야채랑 초장을 넣고 썩썩 무치는 거지. 그래서 주위에도 나눠 주고, 안 먹겠다는 보 안 요원도 먹인다아입니까.” 야구장에서 회? 치킨과 맥주를 진리로 아는 서울 사람들에는 낯선 풍경일 테다. 사실 사직에 흔한 건 회 보다 족발이다. 사직구장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본부석 위쪽 자유석에서 얼핏 둘러봐도 치킨보다 족발이 월등하게 많다. 투수의 공 하나 타자의 스윙 한 번마다 일희일비하는 사직아재들이 그 바쁜 와중에도 상추에 족발 한 점을 올리고 쌈장에 마늘까지 얻어 격식을 차려 먹는 걸 보면… 자연히 족발 이 당긴다. 남포동에 가면 얇게 저민 족발에 오이와 해파리를 올려 간장과 겨자, 마늘, 식초 소스를 뿌려 먹는 상큼한 냉채족발이 있다. 한약재와 간 장, 된장, 커피를 넣어 진한 갈색이 도는 서울 족발과 달리 남포동 족발은 껍질 색이 연하고 살짝 단맛이 돈다. 돼지냄새를 덮는 데 주력하는 서울식 돼 지고기 요리와 달리 부산의 돼지고기 요리는 뭐랄까 옛날 돼지고기 맛이다. 밀면에 올린 돼지고기 편육 한 점을 씹어도, 돼지국밥을 한 술 떠도 그렇 다. 달고 고소하며 잊고 있던 돼지고기 향이 감돈다. 조리 과정이 심플해서일까? 부산대 앞의 돼지국밥은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대연동의 쌍둥이 돼지국밥은 딱 끈적이기 전까지만 농후하다. 부추무침과 새우젓을 풀면 다대기 없이도 완벽하다. 남포동 족발골목을 나와 큰길을 건너면 양 곱창 골목이 있다. 마늘 양념에 재운 양과 대창을 직화로 구워내는 통에 지옥 같은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일지만, 테이블마다 불빛에 달아오른 손님들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맞아, 여긴 야구장에서 회와 족발을 펼쳐놓고 쌈 싸먹는 부산이지. 이깟 연기에 맛난 음식을 포기할까! - 유선주(칼럼니스트)


부산사람처럼 걷기
부 산에 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이런 코스의 여행 일정을 짠다. 자갈치와 남포동, 국 제시장 일대를 하루 돌아다니고 해운대 바닷가에서 또 하루를 보낸다. 광안리 회 센터에서 생선회를 먹고 유명하다는 밀면이나 돼지국밥도 먹는다. 하지만 부산에도 제주도의 올레길 못지않은 산책길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오래 걷는 것도 싫어하고 등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만 바다 산책길은 근처에 갈 기회가 있다 면 꼭 걷는 편이다. 부산의 바닷길은 이곳저곳 바다 근처에 분포되어 있어 찾아가기 쉽다. 부산에 한 번 이상 내려왔다면 한 번에 하나씩 정도는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길 모두 바다와 산, 그리고 도시 풍경을 접할 수 있으니까.

첫 번째 산책 코스는 가장 많이 알려진 달맞이고개의 문탠로드. 낮에 해운대 해변 에서 선탠을 했다면 밤에는 달빛을 맞아 문텐을 하라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게 가능 할지는 모르겠다. 아침 일찍 문탠로드 산책을 해보길 권한다. 힘이 남아도는 사람 은 달맞이고개 입구에서 산책길을 잡고, 나 같은 사람은 달맞이 꼭대기까지 마을 버스나 택시로 올라가 내려오는 방식을 취하면 좋다. 기껏해야 편도 1킬로미터 정 도지만(송정까지 연결된 총 산책길은 4킬로미터가 넘는다) 해송 향기와 바다 풍경 이 일품이다. 내려오다 해운대 미포 입구의 생선백반이나 복지리를 아침 식사로 하는 것도 기본.

두 번째 산책 코스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이기대 산책로다. 광안리나 경성대학 교 근처에 왔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문탠로드가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라면 이기대 길은 기암괴석들 위로 난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다. 걷다 보면 광안대 교와 해운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다. 규모는 문탠로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길기 때문에 (아마 다 돌아보려면 대여섯 시간은 걸릴 듯) 입구 안내판을 잘 보 고 시간 분배를 해야 한다. 예전에 이곳은 군사지역으로 통행이 불가능했고, 이어 지는 오륙도 길은 나병환자촌이어서 가길 꺼려했던 곳이다. 그곳이 이처럼 멋진 산책길이 되어 어색하다. 오륙도를 보고 싶다면 남쪽으로 주욱 걸어가서 아예 선 착장에서 배를 타고 갔다 와도 좋다. 이곳을 산책했다면 경성대 방향으로 나와 부 산에서가 가장 핫한 클럽이나 바, 커피숍에서 잠깐 쉬는 것도 좋다.

남 포동이나 자갈치를 한나절 구경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해운대 쪽으로 가지 말고( 시간이 꽤 걸리므로) 가까운 송도 암남공원을 가보길 권한다. 송도 바닷가는 예전 에 해운대와 더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이지만 쇠퇴기를 거쳐 남항대교 개통과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송도에서 조금 안쪽으로 가면 암남공원이 나오는 데 해안 절벽을 따라 약 1시간 정도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바다와 그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출입 화물선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외에도, 해운대 웨스틴 조선 비치 호텔 뒤편의 동백섬 산책길(너무 유명하다)도 있고, 태종대 산책길(영도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도 있고, 영도의 절영산책로(아 주 길고 터프하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은 위의 세 가지다. 산책하러 부산에 가지는 않겠지만 무슨 목적에 갔더라도 이런 샛길로 빠져 몸을 다지는 것도 좋겠다. - 서진(소설가)


해운대가 지겨운 히치하이커를 위한 부산 바다 가이드
부 산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진부하게도- 해운대였다. 그 시절 해운 대는 소박한 해변 휴양지에 불과했다. 핫한 클럽도 힙한 카페도 없었다. 친구들과 와인병을 모래에 꽂아놓고 앉아서 수평선을 바라봤다. 친구는 말했다. “바다 없는 데서 우째 살라고.” 솔직히 뭐 그렇게 바다가 중요하냐 싶긴 했다. 생각해보면 평생 바닷가 언덕 위의 집에 살았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은 내륙 지역에 산다. 그러니 바다가 없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판이었 다. 서울로 올라온 순간부터 바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부산 사람들은 핏속에 짭쪼름한 바닷물이라도 흐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부산에 갈 때마다 해운대 를 다시 찾냐고? 그렇진 않다. 해운대는 이미 거대한 쇼핑몰과 클럽과 카페와 주상 복합 빌딩으로 가득한 일급 리조트가 돼버렸다.

가장 훌륭한 대안은 송도다. 남포동에서 택시로 겨우 5~10분 정도 걸리는 소담한 송도 해수욕장은 몇 년 전 부산시가 대대적으로 정비 사업을 벌이면서 ‘리틀 해운 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근사한 휴양지로 거듭났다. 이곳의 장점은 해수욕장에 몸 을 담그거나 일광욕을 하면서 멀리 떨어진 수백 척의 무역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근사한 해변의 낭만과 거대한 항구도시의 위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나 할까(유독 부산 주재 러시아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9등신 미남미녀들을 관찰 하는 재미도 괜찮다는 건 비밀이다). 조금 개발이 덜된 해변을 원한다면 부산의 가 장 서쪽, 낙동강 하구와 가까운 다대포가 있다. 부산에서 가장 거대한 해변인 다대 포는 거의 끝이 없이 낙동강 하구를 향해 뻗어 있다. 관광객은 다대포를 찾지 않는 다. 부산 사람들도 다대포를 찾지 않는다. 수영을 하는 건 무리라는 소리다. 하지 만 휴양지가 아닌 부산의 와일드한 해변을 걷고 싶다면 다대포만 한 장소는 없다.

좀 더 와일드한 바다의 향취를 느끼고 싶다면 영도섬의 절영해안산책로를 권한다. 이곳은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무역선들의 위용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부산은 항구다. 돌아오는 항구인 동시에 떠나는 항구다.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보이 는 풍광에서는 항구도시 특유의 원초적인 애상(哀傷)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만약 당신이 해변 산책로가 아닌 진정한 항도의 삶과 풍광을 보고 싶다면? 부산 중심가 서면에서 대청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잡아타시길. 언덕동네를 거침없이 오르던 버스가 정상에 도착할 즈음 하차하시라. 부산항이 내려보이는 산복도로 길을 걸을 수 있다. 부산에 살던 시절엔 기분이 울적해질 때마다 이 산복도로를 걸으며 중2병 을 달래곤 했다. 산복도로를 따라 끝없이 두어 시간 걷다 보면 종착점은 보수동 책 방골목이다. 거기서 부산을 무대로 한 황순원의 <곡예사>를 구해 자갈치 시장 뒤 편의 산책로에 앉아서 읽는다면 당신은 진짜 항구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게다. - 김도훈(<씨네21> 기자)


대이작도
가까운 섬, 아득한 휴식
단 언하건대 대이작도는 서울에서 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론리 플래닛>에 ‘아무것도 영원한 것이 없는’ 도시로 소개된 서울의 문화적 자장 안에 사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렇다.
이 섬에 있는 세 개의 해수욕장은 모두 희고 고운 모래와 얕고 푸른 바다를 가졌지만, 작은 풀안 해수욕장의 모습은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찍어온 사진을 곰곰 들여다보다가 어는 순간 그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이 나라 어느 해변에서고 피해 가기 힘든 큼직한 횟집 간판과 바싹 다가선 숙박업소 따위를 모두 물리친 고즈넉한 풍광 덕분인 듯싶었다. 해변의 자그마한 소나무 숲은 도시락을 까먹으며 파도 소리를 감상하기에 알맞다.

작은 풀안 해수욕장의 진짜 미덕은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나타났다가 세 시간 만에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모래섬 풀등이다. 해변에서 풀등이 어슴푸레 나타났다가 또렷해지고 다시 서서히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이 모래섬의 진면목은 그 위에 올랐을 때 알게 된다. 풀등이 드러날 무렵 어디선가 혜성같이 나타나는 모터보트를 타고 그곳에 내리면, 방금 썰물을 따라 생긴 기묘한 물결무늬와 그 사이로 드러난 작은 해양 생물들과 그 위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나 보았을 법한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면, 모래와 바다와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 낯설어 잠시 시공간 감각이 혼란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갈고리 같은 걸 가져가 연신 모래를 파고 조개를 캐기도 하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신기루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3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몸 이 좀 고단하겠지만 부아산에 오르는 것 또한 빼놓아서는 안 될 코스다. 마을에서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주변 섬들의 야경은 샌프란시스코 트윈픽스에서 내려다본 것과 함께 내 인생의 양대 야경이었던 것 같다. 나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이 산에서 보는 안개 속 일출 풍경 또한 몹시 아름답다고 한다.

재작년 초가을 대이작도에 갔을 때, 작은 풀안 해수욕장 가장자리 바위들 위로 무언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작년에 갔을 땐 그곳에 다리와 정자가 놓여 있었다. 거기까진 과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또 무엇이 더 들어설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영원한 게 없는 땅이고 보면, 하루라도 빨리 가서 최대한 보고 음미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 정우열(카투니스트)


논산
통通한다
사 계절 내내 문을 꽉꽉 닫고 사는 도심 고층의 삶은 마음마저 닫아버린다. 내남없이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마음을 통하던 선조들의 삶은 옛이야기로만 남은 듯하다. 흙의 기운을 받으며 자근자근 마당을 걷다가 아랫목에 몸 누이는 높낮이가 구분되지 않는 삶, 그래서 사람도 온순해지는 삶. 잠시나마 고층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고택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에 그토록 자연스러운 삶이 있다.

논 산의 윤증고택과 종학원과 돈암서원은 홀로 거닐고 머물고 사색하고 쉬고 잠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현존하는 고택들은 크기와 위엄을 자랑하는 것들이 많은 데 비해 윤증고택은 그 소박함과 여여함이 마음 쉬어가기에 비길 곳이 없으며, 종학원과 돈암서원의 고요함은 스스럼없이 마음에 담긴다.

조선 후기 소론 계열의 대학자였던 명제 윤증. 출세를 위한 걸음은 아끼되 쓴소리는 아끼지 않았던 그처럼 윤증고택은 올곧고 간결한 집이다. 그리고 현재는 윤증의 후손들이 살고 있어 그저 구경거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집이다. 그러니 하룻밤 묵어가자며 가만히 몸을 놓으면 이 집의 꿈틀대는 대들보처럼 온몸이 자연스레 흐르는 것을 기분 좋게 느끼게 된다.

윤증고택은 새벽 4시 반, 아흔 살이 넘은 종부가 대문을 열고 비질을 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마루도 시렁 위의 광주리도 뒤뜰의 장독대도 이미 반지레하다. 그러니 사랑채에 묵는 객도 이 집의 한 식구가 되어 흰 호청이 시침질된 솜이불을 개어 올리고 돋을 볕이 비쳐드는 창호문을 열어 처마에 건다. 이 집의 진면목은 여기에 있다. 사랑채 누마루의 모든 문을 열고 들어 올리면 사방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볕이 통하고 바람이 통하고 만물의 들숨과 날숨이 통한다. 게다가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윤증고택은 머물며 가만가만 더듬어보면 선조들의 배려이며 지혜이며 과학이며 미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의 오고감을 알 수 있게 한 시선에 대한 배려, 바람의 흐름을 살펴 곳간채의 찬광을 앉힌 과학,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지는 미학. 그러니 이 집에선 사람과 사람이 통하여 고요한 정담이 오간다.

걸음을 옮겨 종학원에 닿는다. 종학원은 파평 윤씨의 문중서당으로 종학당, 백록당, 보인당, 정수루가 널찍하게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정수루는 누각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니, 종학원의 고요와 눈앞에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이 오래도록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예학을 대성한 김장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돈암서원은 서원 건축 양식을 대표한다. 외삼문, 강당, 내삼문, 사당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성의 미학은 이 서원의 백미라고 할 수 있으니 그 중첩되는 공간으로 옛 선조들의 걸음을 따르다 보면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통해야 한다는 것을. 논산의 옛 정취 속에서 만나는 선조들은 사는 내내 마음의 큰 스승이다. -정영(시인)
* 더 자세한 내용은 <W> 2011년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6. 14. 20:02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6. 14. 19:59

#1 김녕 미로공원

#2 만장굴

#3 트릭아트 뮤지움

#4 신영 영화박물관

#5 닥종이인형 박물관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3. 28. 14:17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1. 2. 12. 20:41

※ 한남정맥 :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七長山)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김포시의 문수산(文殊山)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임. 한남정맥은 한남금북정맥()이 끝나는 칠장산에서 북서로 해발고도 200m 내외의 낮은 산들이 남한강 남부유역과 한강 본류 남쪽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산줄기를 이루는 산들은 도덕산·국사봉·상봉·달기봉·무너미고개·함박산(학고개·부아산()·메주고개·할미성·응봉(형제봉·광교산(백운산·수리산()·소래산(성주산(철마산·계양산()·가현봉()·필봉산()·학운산()·것고개·문수산 등 임. (한남정맥 구간 및 개념도는.. 일단을 http://blog.daum.net/gokumsan/15964375 을 보시면 코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한남정맥 MTB 코스".. 가끔 구간 구간 타는 사람은 있지만 과연 전체적인 코스도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지금은 사람들이 MTB로 수리산, 광교산, 향수산, 석성산.. 인천쪽으로는 소래산, 철마산, 계양산 정도만

타지만.. 언젠가는 전체를 조망하는 "한남정맥 MTB 전체 코스도"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ㅎ^^

저 개인적으로는 수리산, 관악산, 청계산, 광교산에서 시간나는대로 타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한남정맥을

마음에 두고 있지요. 지금은 수리산에서.. 나중에는 한남정맥을 타고 금북정맥으로.. 그리고 한남금북정맥

을 거쳐 백두대간으로ㅎ^^ 시간이 있고, 젊고 패기만 있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한강 북쪽에

한북정맥(장명산-북한산~대성산)이 있고 대표적인 산이 북한산이니 잘 살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다음은 저의 GPS 궤적입니다. 앞으로는 수리산에서 한남정맥으로..^^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리산 북쪽)

   (수리산 남쪽)

   (수리산 전체)

   (수리산 인접 산 포함.. 삼성산,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 광교산, 모락산, 덕성산, 오봉산, 서독산, 구름산, 안흥산, 소래산 등) 

 

* 한남정맥 코스 전체를 조망하면, 직선거리는 111km, 산줄기는 도상거리 약 170km 임. (MTB로는 과연 얼마를 달려야 할 지ㅎ..^^)

 * 수리산이 한남정맥의 중간에 위치해 있네요(절반씩 나누어 왕복하기 좋을 것 같음).

Posted by 산더덕
Tour/여행 길잡이2010. 11. 3. 08:30




  
▲ 영축산과 신불산 사이...억새... 가을도 절정, 억새도 절정...가을이 가네...
ⓒ 이명화
가을
  
▲ 영축산에서... ......!!!
ⓒ 이명화
산악자전거

 

몇 달 만에 해 보는 산행이다. 가끔 시간이 나서 등산을 시도해볼라치면 비가 오거나 비가 올 예정이거나 해서 그간 제대로 산행을 못했다. 어느새 가을도 절정, 영축 신불평원이 맞은 가을은 어떤 모습일까.

 

배내골 청수골팬션 앞(9:40)에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어느새 발밑에는 묵은 낙엽이 아닌 이제 막 떨어지기 시작한 낙엽이 밟힌다. 아직 수분이 다 빠지지 않은 것이어서 그런지 발밑에 밟히는 낙엽들에서 다 빠져나가지 않은 물기가 전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엷은 비명을 내며 바스러지는 마른 낙엽 밟는 소리가 나리라.

 

좁은 산길 옆에는 계곡이지만 언제와도 콸콸 흘러넘치듯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바위들 밑으로 쫄쫄 흐르는 물소리가 계곡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산길로 접어들자 갈수록 점점 고도를 높인다. 그래 조금만 더 걸어봐 하고 어리광 피우듯 하는 아이 달래며 걸음마 연습시키는 것처럼, 천천히 점진적으로 경사가 높아진다. 경사가 높아질수록 호흡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깊어지고, 맑아진다. 공기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듯 높이를 더할수록 몸속 독소가 빠지고 폐부 깊숙이 맑고 깨끗한 공기가 주입되는 듯하다.

 

  
▲ 자전거, 사람, 억새, 바람... !!!!!!!
ⓒ 이명화
영축 신불...
  
▲ 단풍, 자전거, 산사람...바람. 억새... 절묘한 조화...
ⓒ 이명화
영축 신불

바람은 키 큰 나무들, 그 높은 가지 끝에서 끝으로 점퍼하고 있는 듯하다. 산과 산이 접히는 골짜기를 지나는 이 산길에서는 바람이 깊은 이곳까지 포복하지 못하나 보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가지 위로 발돋움하는 바람 발자국 소리 우우우~ 들려온다. 바람은 높이 인다. 맨 꼭대기 나무 끝에서 깃발처럼 펄럭이고 숲의 나무들과 나무들 사이, 그것들과 저들만이 아는 언어와 몸짓으로 교감하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을 산으로 든 사람들은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높이 부는 바람은 우리 발걸음 산길 따라 고도를 높일수록 점점 가까워진다.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이 지척이다. 계속되는 완경사 오르막길 끝에서 바람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바람 앞에 선다. 여긴 숲 속 길 끝, 억새 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오후 1시 35분, 억새와 바람이 사는 곳, 영축 신불 억새평원이 두루마리 펼치듯 눈앞에 펼쳐진다.

 

시야가 툭 트인다. 이게 얼마 만이지? 바람 부는 억새 사이를 걸어서 영축산으로 향한다. 드넓은 억새평원에는 산이 좋아 산을 찾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처럼 박혀 있다.

 

  
▲ 은빛 억새 바다 사이... ......!!!
ⓒ 이명화
억새

계속되는 평원 길, 새로 산 하나를 오르는 것만큼이나 꽤나 멀고 길다. 모처럼 찾은 산인데 날씨가 아쉽다. 구름으로 덮인 하늘, 푸른 하늘빛이 보이지 않아 은빛 바다처럼 눈부실 억새평원이 채도가 낮다. 쨍하고 가을 하늘 맑고 높다면 더 좋으련만.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 사이로 산악자전거가 내려오고 있다. 한두 사람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간헐적으로 이어진다. 억새와 단풍 같은 등산객들과 산악자전거가 산정 높은 고원에서 마음껏 자연의 품속에서 놀고 있다.

 

산은 사람도 자전거도 내침 없이 받아들이고도 남을 넉넉한 품인가 보다. 이렇게 산에 받아들여진 우리는 여기서 쉼을 얻고 세상에서 묻은 마음 때를 씻어 맑은 마음으로 다시 세상에 서게 되나 보다.

 

  
▲ 영축산에서... 정상 바로 아래 바위에 올라앉아
ⓒ 이명화
영축산

구름에 가려진 하늘이 어쩌다가 한 번씩 열렸다 다시 열리기를 반복한다. 영축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여기서도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축산 정상을 밟고 다시 평원으로 내딛는 사람들 사이로 그들은 마치 갈퀴를 휘날리면서 말 잔등에 올라탄 중세시대의 용감한 기사들(?) 같다. 평원을 내달리는 멋진 말이나 산정 높은 곳을 어슬렁거리는 사자나 호랑이 대신 이 높은 산정까지 자전거 타고 올라온 사람들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영축산 정상에서 조망되는 75만6천 평에 이르는 신불평원, 산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토록 높은 산정 위에 이토록 드넓은 평원이 있다는 것, 저 아래 세상에서 복작복작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까.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칸칸을 질러 경계를 긋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이들은 가끔, 일상을 벗어나 무한대로 펼쳐진 푸른 숲 푸른 산으로 올라 볼 일이다.

 

  
▲ 신불재... ...!!!
ⓒ 이명화
신불재
  
▲ 하늘, 바람, 억새, 산... ...!!!
ⓒ 이명화
억새

은빛 억새 장관을 이룬 산정 위의 평원 길... 한 번쯤은 걸어 볼일이다. 그래서 툭 트이는 이 넓은 품에서 그 모성과 부성을 느껴볼 일이다. 일상에서 묻은 마음 떼를 씻어 볼 일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 섬세함과 깊고 넉넉한 품성을 만끽해 볼일이다. 그러면 알게 되리라. 가끔이라도 자연 안에 깊이 나를 담가야 한다는 것을.

 

영축산 정상에서 잠시 앉아 쉬다가 신불산 쪽으로 내처 걷는다. 산악자전거와 등산객들이 억새 고원을 오가고 있다. 그들은 양산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었다.

 

신불 능선 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온 길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앞을 내다보며 걷는다. 홀린 듯 이 억새평원 길을 걷다 보면 내 몸은 세상에서 묻은 속기가 다 빠져나간 듯하고 깃털인 양 가볍고 경쾌하다. 산정 높은 길을 걸어본 자만이 알리라. 그 누구도 이 능선 길에서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억새와 바람과 산과 산사람들과 산악자전거... 홀린 듯 걷는 길에 무심한 듯 동행하며 꽤 오래 걸었다. 은빛 물결 출렁이는 신불억새 평원 길... 하산 길에서도 산악자전거들과 만났다. 오늘 하루 온종일 울긋불긋 산 사람들과 산악자전거와 함께했다.

 

산행수첩

1. 일시: 2010. 10. 23(토) 약간 흐림

2. 산행기점: 배내골 청수골 펜션

3. 산행시간: 7시간 10분

4. 목적지: 영축산~신불재까지(신불평원)

5. 진행:

배내골 청수골펜션(9:40)-청수좌골-단조성터(2:05)-영축산 저상(12:40)-점심식사후 하산(1:15)-신불재(2:50)-임도(삼거리 3:25)-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매표소(4:25-청수골펜션(4:50)

6. 특징: 영축산 정상 조망: 언양읍, 양산시, 신불산, 천황산, 운문산 등 두루 조망됨

신불평원: 250만 km2(=75만 6천평. 756,250평)/단조

Posted by 산더덕